며칠 전부터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체감온도는 이미 영하이고 새벽에는 얼음도 어는 것을 보니 확실히 추워지기는 했습니다. 절기상 얼마 전 입동이 지났습니다. 이제 겨울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네요. 입동이 지났다는 건 곧 김장을 해야 된다는 것이네요. 날이 추워지면 새벽이슬에 작물이 얼어버려서 빨리 수확해 줘야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앞에 글에서도 밝혔듯 저희는 김장재료를 직접 재배하고 있습니다. 배추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도 괜찮은데 무는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수확을 해야 돼서 오늘 수확했습니다.
입동은 24절기중 19번째 절기로 겨울이 시작됨을 말합니다. 입동이 되며 날이 차가워지고 물이 얼어간다고 하는데 며칠사이에 날이 확 바뀌었습니다. 가끔 절기를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옵니다. 입동 무렵 날이 추워지다 보니 작물들이 얼어버리기 전에 수확을 해줍니다. 딱 이맘때 배추와 무가 맛있어서 이때 김장을 한다고 합니다. 저희도 매년 11월 둘째 주 즈음 김장을 하니 아마도 이번주 주말에 김장을 할 듯합니다.
오늘 김장용 무를 수확했습니다. 한 고랑 정도 심었는데 대략 100개 정도 수확한 것 같습니다. 같은 거름 같은 땅인데도 사이즈가 제각각 다릅니다. 사진의 무는 큼직하니 괜찮은데 옆으로는 주먹 사이즈만 한 것도 있고 이류를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 한두 개 뽑아서 깎아 먹었는데 달고 맛있네요.
말로만 얘기하던 우리 집 서열 1위 아들이 도와준다고 나와서 열심히 합니다. 동영상을 캡처한 것인데 무 하나 뽑겠다고 열심히 하다가 안 뽑힌다며 칭얼되는 것이 귀엽습니다. 뽑아 보신 분은 알 수 있을 것이고 사진상으로 보면 하얀 부분만 땅속에 박혀있고 크기에 비하여 뿌리가 짧고 가늘어서 쉽게 뽑힙니다. 이제 것 수확한 작물 중에 가장 쉽게 수확한 것 같습니다. 물론 무도 큰 노동이 필요하지 않고 기간도 짧아 서비스 품목 같은 느낌입니다.
100개 정도 수확을 하다 보니 저장이 필요합니다. 일단 수확한 무를 잎과 연결된 부분을 잘라서 잎은 일정량만큼 엮어서 말려 우거지 만들어 줍니다. 무만 남은 부분을 저장하는데 김장용으로 빼두고 지인들 나눠주고 남은 것들은 땅에 항아리를 묻고 그 안에 저장해 줍니다. 내년 봄까지는 싱싱하게 보관되어 올겨울 내 국과 나물 그리고 조림용으로 우리 집 식탁을 책임져 줍니다.
무의 효능
가을에 먹는 무는 인삼보다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좋다는 뜻으로 최고의 식재료로 대접받았습니다. 글루코시놀레이트라는 성분이 무의 주요 영양소입니다. 이 성분이 종양을 억제하고 활성산소를 차단하는 항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간에 작용하여 해독 효소를 만들기도 합니다.
무를 넣어 만든 동치미가 반찬으로 나오는 것을 많이 봤을 것입니다. 특히 닭갈비 집이나 고깃집에서 많이 보이는데 동치미가 소화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무에는 아밀라아제, 디아스타아제등 소화효소가 풍부하여 위에서 활발히 작용하여 소화를 돕고 위 통증과 위궤양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밖에도 미타 민 A, C, E가 고르게 함유되어 있어 혈액순환과 눈,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저희 집은 예전부터 감기에 좋다고 하여 감기기운이 있으면 달여서 먹어 왔습니다.
무 요리
기본적으로 국과 반찬을 애용하는 한국인에게 무는 훌륭한 식재료가 됩니다. 무는 특유의 시원한 맛으로 김치와 국물요리에 찰떡입니다. 무는 무 자체로 메인 요리도 가능하고 서브재료로 사용해도 훌륭하여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게 소금과 간장 기름등으로 달달 볶아 만든 무나물은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입니다.
생선조림을 할 경우 메인이 생선보다 푹 조려진 무가 오히려 더 사랑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 뭇국이 있습니다. 무가 국에 들어가면 일단 안 먹어도 시원하겠다는 믿음이 생기는 녀석입니다.
위에 언급한 동치미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이며 나박김치에 들어가도 아삭한 식감으로 요리의 재미를 더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냥 밥에 넣어서 무밥을 만들어도 밥과 어울려져 간장 조금만 넣어도 단짠단짠의 맛있는 요리가 됩니다.
무는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볶거나 삶아서 물렁해진 식감이나 생으로 김치나 단무지등 아삭한 식감의 요리등 모든 요리를 해 먹어도 팔방미인입니다.
마무리
한 번도 무에 관하여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식집사를 하고 나서 글을 쓰다 보니 무가 이렇게나 많이 쓰이고 있다는 점에 새삼 놀랐습니다. 흔해서 잊고 지냈는데 무가 없으면 어색한 음식이 한가득이네요. 심고 기르고 수확하면서 언젠가 내 땅에서 내가 직접 기르고 먹는 때가 오면 할 수 있는 이렇게 또 한 작물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제 중급 식집사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감기조심하시고 무넣고 따듯한 국물 한 그릇들 하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