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올해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사 문제로 부모님 댁에 살다가 올라와서 4세가 되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첫째라서 처음 해보는 것이 많았습니다. 월별로 숙제를 내주는데 어쩔 수 없이 부모들이 숙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무비데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어린이집에서 무비데이라고 뽀로로 같은 만화영화를 어린이집 내에서 관람하는데 이때 자동차 극장이라는 컨셉으로 진행을 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팝콘과 음료를 준비할 테니 가정에서는 일주일 동안 종이 박스로 자동차를 만들어서 보내달라고 합니다.
친절하게 시간이 없는 부모님들은 판매하는 킷트도 있으니 구매해서 만들어 주시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자동차 킷트들을 보니 만원대에서 3만 원 때까지 여러 종류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나름 손재주가 있다고 자부하는 저는 까짓꺼 만들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곧 엄청난 결과를 갖고 되돌아 왔습니다.
먼저 만들기 전에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차가 제일좋아' ?
아들은 서슴없이 '소방차'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4살이면서 만 2세인 아들의 꿈은 소방차입니다. 소방관이 아니고 소방차가 꿈입니다. 육아 선배님들은 이해하실 거고 혹 미혼이나 자녀가 없는 분들은 이해 안 되시겠지만 그냥 아이의 꿈을 존중하면 됩니다.
아무튼 이왕이면 좋아하는 것을 만들자는 마음으로 소방차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주재료 선정
주재료가 박스 이기에 먼저 박스를 구해봅니다. 박스도 종류에 따라서 튼튼함이 다르기에 이왕이면 빳빳한 박스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박스를 구해보고 느낀 것은 과일 상자가 제일 튼튼한 것 같습니다. 대신 과일박스는 상자가 작아서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으나 전체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사이즈가 작았습니다.
두 번째로 괜찮았던 박스는 코스트코에서 나오는 박스들입니다. 트레이더스는 방문을 안 해서 모르겠는데 아마도 대용량을 판매하는 곳은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대용량을 유통하기 위해서 인지 대부분의 박스들이 튼튼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패스했던 이유가 박스의 오픈방식이 일반 박스와는 다르다는 겁니다.
이 박스들은 중간 상단부분을 살짝 오픈하는 방식으로 뭔가를 만들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일반 박스중에 그나마 빳빳한 박스를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만들면서 한가지 고려사항이 소방차는 일반 세단이나 suv보다는 커야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작은 소방차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기본 박스사이즈도 큰 제품에다가 두 개를 이용해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옷 박스를 두개 구해서 시작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일반 사이즈보다 조금 큰 편인데 아무래도 소방차가 트럭느낌이라서 이렇게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방차의 색상은 누가 뭐래도 빨간색으로 해야 됩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소방차는 주황색입니다.!!)
그래서 락카와 페인트, 시트지 등등 여러 재료를 생각하다가 보니 마침 다이소에 신상 테이프로 빨강, 파랑, 검정 박스테이프가 출시했다고 합니다. ㅎ
그래서 다이소에서 빨간색 두롤을 사 와서 감기 시작했습니다.
네 머 없습니다. 박스 색상 안보이게 칭칭 감아주면 됩니다. 이게 또 박스 두 개를 튼튼하게 연결해 주는 역할도 하게 되어 괜찮은 기초 작업이 된 것 같습니다.
전체를 감아 주면 절반은 성공입니다. 대략 두시간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것만 해줘도 누구에게 물어도 90% 이상은 소방차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여러가지 부착을 해서 꾸며주기만 하면 됩니다.
외관 디테일 표현하기
기본적으로 소방차 하면 떠오르는 것을 표해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에서 이미지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연도별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대체로 비슷한 이미지였습니다. 그래서 그중에 필요한 소방청 마크를 인쇄하고 옆면에 119 표시를 넣어주고 아울러 안전경고 띠(?)로 표현해 주고 나름 소방호스와 뒷면 사다리 표현으로 조금 더 디테일을 강조했습니다.
저희 대부분 회사에 있는 스티커식의 라벨지에 인쇄해서 부착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제출 전날 만들다 보니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사진상으로 티가 안 나는데 소방차 창문을 표현하는 검은색을 테이프와 시트지를 고민하다가 결국 검은색을 검색해서 프린트한 것입니다.
무지의 검은색이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ㅎ
소방호스와 사다리는 검색창에 원형스티로폼이나, 원형백업이라고 검색하면 파는 스티로폼 있습니다.
그거 사다가 글루건으로 붙였습니다. 글루건 열에 스티로폼이 녹으니 잘 붙여야 합니다.
소방차 헤드 부분에 경광등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이것도 시간문제로 그냥 표현만 해줬습니다.
바퀴는 꼭 표현해 줘야 된다고 해서 이왕이면 돌릴 수 있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에 햇반 용기를 사용해서 볼드와 너트 와셔로 돌릴 수 있게 해 줬습니다. 핸들은 애들 장난감으로 시동소리와 기본 출동소리가 나오는 제품으로 더해 주었습니다.
진짜 시간을 갖고 다시 만들면 더 잘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룡점정!
라이트는 진짜 불이 들어오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블로그의 어떤 부모님이 만드신 걸 보고 따라 만들었는데 이게 신의 한 수입니다. 그냥 이거 하나로 완성도가 200% 상승합니다.
제품은 다이소에서 똑딱이 등으로 한 개 천 원에 건전지가 3개 들어갑니다.
만들고 난 후 아쉬운 점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시작하는 분이 계신다면 만들면서 아쉬웠고 후회되는 부분을 미리 알려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처음이라 모르고 시간이 부족해서 넘어갔지만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입니다.
먼저 박스는 최대한 상표와 색상이 적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 여러모로 편합니다. 최대한 가린다고 가렸지만 그래도 티가 나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두 번째로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소방차가 크다 보니 저희 아이는 맨 뒤에서 영화 시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에 배치되면 뒤에 아이들이 안 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에 위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ㅠ
세 번째로 이것도 크게 만들어서 아쉬웠던 점인데 자동차 문이 있어야 됩니다.
집에서는 제가 안아서 안에 넣어주었는데 생각해 보니 어린이집에서 매번 아이를 들어서 넣어 주기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결국 다 완성하고 가기 전에 옆에 커팅해서 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완성도가 10% 이상 낮아지더군요.
처음부터 계획을 하고 만들었다면 손잡이나 안에서 닫을 수 있는 부분을 표현했을 것 같습니다.
네 번째로 검색을 좀 더 해봤다면 쉽게 만들 수 있었을 듯합니다. 테무에서 보니 안전경고 스티커 같은 것을 팔고 있더군요, 저는 파워포인트로 직접 그려서 색상 넣어서 만들었습니다. 간단하게 해결가능한 것들은 그냥 사는 게 좋을 듯합니다.ㅎ
마무리
처음 만들 때 무조건 종이만 이용해서 만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 만들기 킷트도 종이로만 구성된 것 같았습니다. 핑계지만 미루다가 벼락치기로 만들다 보니 약간은 현실과 타협을 하고 있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ㅎ
둘째 때 만들 때는 미리 준비해서 더 잘 만들어 줄 자신이 있습니다. 그때도 소방차라고 말해 준다면 더 좋겠네요 ㅋㅋ
아무튼 이번 숙제를 하면서 잠도 못 자고 만들었지만 결국 어린이집에서 저희 부부는 인싸가 되었습니다.
괜히 좋은 아빠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역시 정성이 들어간 것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나름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끝!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홈플러스 장난감 세일 (feat. 크리스마스 대박 할인 대란) (4) | 2024.12.09 |
---|---|
토스 말복이벤트에 도전하세요 (4) | 2024.08.14 |
동탄역 롯데캐슬 역대급 줍줍 떳습니다.(역대 청약률, 청약홈 마비, 접속 팁) (3) | 2024.07.29 |
구글 주소 인증 꼭 해야 합니다. (3) | 2024.07.17 |
입주한 아파트에 매트 시공했습니다. (소리잠 내돈내산 + 최대 할인 팁) (4) | 2024.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