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내리고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반팔은 이미 정리했고 긴팔 위에도 점퍼를 하나 걸쳐야 되는 날씨네요. 식물들의 잎들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 곧 겨울이 올 것 같습니다. 겨울까지 남은 식물들 잘 관리해서 마지막 수확까지 해보려고 합니다. 아마 내년부터는 잘해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올듯하니 이번 해는 조금 더 열심히 해봐야겠네요.
지난번 심었던 배추들도 무럭무럭 자라서 김장준비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보면 올해 배추값이 금값이라고 '김포(김장포기)' 해야겠다고 나오더군요. 저희는 자급자족이라 조금은 안도중입니다. 물론 이상하게 무르거나 썩고 벌레 먹은 배추가 많이 나오는 게 올해는 모든 작물이 유난히 잘 안되네요. 남은 놈들이라도 잘 지켜야겠습니다.
오늘 식집사의 주인공은 감 입니다. 저희 집안 고향이 상주라서 곶감 하고는 친합니다. 아버지도 어려서 곶감 많이 깎아 보셨다고 지금도 매년 직접 깎아서 곶감 만드시는데 수준이 거의 장인입니다. 괜히 상주가 곶감의 고장이 아니네요. 특히나 제아들 그러니까 아버지 손자가 곶감 좋아한다고 더 열심히 만드십니다. 아들보다 손주가 더 좋은 저희 아버지입니다.
왼쪽 사진에 보이는것처럼 저희는 대봉감은 아니고 품종이 머라고 해야 되나요? 찾아보니 상주둥시나 상감둥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단감으로 먹지는 않고 홍시가 되면 먹는 품종입니다. 홍시가 되기 전에 조금 덜 익었을 때 따서 껍질을 깎아서 오른쪽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매달아 두면 곶감이 됩니다. 껍질을 깎고 유황으로 연기를 피워 입혀준다고 하는데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전부 칼로 깍는다고 하는데 지금은 꼭지 부분만 칼로 다듬고 나머지는 감자칼 같은 거로 깎으니 조금 더 편해졌다고 합니다. 방송에서 보니 자동으로 곶감용으로 껍질을 깎아주는 기계도 있더군요. 저희는 소량이라 밤마다 부모님이 깎으십니다. 또한 예전에는 전부 실로 매달았는데 요즘에는 플라스틱으로 곶감걸이가 나와 편하게 걸어주면 됩니다. 상주 고향집에 방문해도 전부 저 곶감걸이를 쓰더군요. 개발한 누군가는 돈 많이 벌었겠습니다.
주렁주렁 달려있는 곶감들을 보니 흐뭇하네요. 비록 저는 따고 거는 것만 도와드렸는데 달고 보니 어느덧 200개가 넘어 갑니다. 아마도 저기서 1/3은 아들이 먹을 것 같네요. 곶감으로 만들면 당도가 더 올라간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말리면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요즘 마트에서 파는 곶감 보면 감색깔 그대로 나오던데 신기하더라고요. 집에서 말리면 거무스름하게 되는데 아마도 한 가지 작업이 더 들어가는 거 같은데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집에서 식구들 먹는 거라 상관없고 괜히 거무스름한 곶감이 진짜 같아서 오히려 더 좋습니다.
곶감 달면서 아버지가 얘기해주시는데 상주는 곶감이 유명해서 배고픈 시절에도 감은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곳곳에 감나무가 많아서 흔하기도 했고 떨어진 거 주워 먹는 것은 머라고 안 해서 많이 먹었다네요. 그러면서 친구들끼리 곶감 10개 먹기 내기하는데 10개 먹는 게 힘들답니다. 배고픈 시절에도 곶감은 달아서 10개 먹기 힘들었다고 옛날 얘기 해주시네요.
곶감의 효능과 부작용
곶감은 효능으로 풍부한 영양성분을 첫번째로 꼽습니다. 곶감에는 비타민A와 비타민C(사과의 17배)가 풍부해서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음주 전후에 곶감을 달여서 마시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이밖에도 면역력을 향상해 각종 질병 및 감기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남자분일이 반가워할만한 소식. 곶감이 정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곶감을 만들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표면에 하얀 가루가 생기는데 이를 시설이라고 부릅니다. 이 시설이 정력제로 매우 좋다고 합니다. 절대 털지 말고 드셔야 됩니다. 한방에서는 곶감의 시설이 기침이 잦거나 가래가 끓을 때 기관지에 좋다고 합니다.
곶감을 먹을때 끝맛이 떫은데 이는 타닌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타닌 성분은 철분 부족을 일으킬 수 있어 빈혈이 있는 사람이나 임산부는 주의해야 되고 많은 섭취를 할 경우 변비를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됩니다. 반대로 설사를 멎게 하는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타닌 성분은 고혈압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타닌성분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고, 이로써 고혈압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전래 동화에서도 등장하는 곶감은 호랑이도 무서워하는 존재였습니다. 우는 아이의 울음도 그치게 할 만큼 맛있는게 곶감입니다. 물론 옛날에 간식거리가 많지 않을 때 이야기지만 지금도 훌륭한 간식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할매니얼이 유행되는 요즘 곶감의 인기도 다시 상승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아버지가 곶감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장소도 있어서 곶감을 만들어 먹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감말랭이나 그냥 홍시로 먹어도 훌륭한 간식이 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고생으로 편하게 누리는 작물들이지만 제 손으로 따고 매달아 보면서 또하나 배웠습니다. 나중에라도 곶감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으니 시간이 흐르고 부모님이 안 계셔도 생각나면 만들어 볼 수 있겠네요.
식집사로서 작은 감 하나에도 의미가 부여되고 그것을 통해 추억과 얘기 거리가 생기는 것에 소중한 시간이 된것 같네요. 나중에 아들에게도 이런 것들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가을밤 곶감을 앞에 두고 가족과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는 가져보는 것을 어떨까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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