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는 가을에 할 일이 많아집니다. 역시 가을은 추수의 계절인가 봅니다. 오늘은 들깨를 수확했습니다. 집옆 저희 텃밭 옆에 다른 분 땅이 있는데 관리 못하신다고 저희보고 사용하라고 하셔서 몇 년째 이용하는 땅이 있습니다. 요즘 농촌에 연로하신 분들이 많아지면서 이렇게 대신 농사 지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희 집은 그래도 아직 아버지가 건강하셔서 텃밭을 열심히 가꾸고 있습니다. 오늘은 들깨를 타작했습니다. 며칠 전 잘라서 밭에다가 널어 두었습니다. 조금 말라야 털기 좋기에 초반 작업을 해두었습니다. 날씨를 보아하니 오늘 해나 나올 듯하더니 아침에는 조금 구름 끼더니 다행히 오후에 해가 나서 잘 말라 주었습니다. 몇 다발씩 모아서 미리 깔아 둔 포 위에 쌓아 줍니다. 그리고는 아버지와 둘이서 엇갈려 서서 털어줍니다. 예전에 티브이에서만 보아오던 도리깨 질을 해줍니다. 긴 작대기에 작은 막대기를 연결한 장비로 리듬감 있게 돌려가며 때려서 털어줍니다. 아직도 제가 어설픈지 아버지는 잔소리가 심해집니다. 한알의 들깨도 아까운지 들고 올 때도 조심해서 들고 오라고 하고 털 때도 초반에는 살살 털어주다가 어느 정도 털었을 때부터 힘을 줘서 털어 주라고 잔소리하시네요.
위의 동영상 처럼 털어줍니다. 그냥 밭에 모든 들깨를 털어주면 됩니다. 한참이 걸리네요. 한 5시간 동안 모아 와서 쌓아주고 털어주고를 끊임없이 반복해 줍니다. 아직도 아버지 눈에는 초보도 못 되는 실력인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해도 성에 안 차는 눈치네요. 그래도 이렇게 배워두면 도리깨질도 언젠가는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열심히 해봤습니다.
그리고 항상 말하지만 돈을 보고 하면 못할 일입니다. 인건비를 따져도 무조건 손해입니다. 하지만 내가 직접기르고 어떻게 길렀는지를 알기에 건강한 먹거리라는 생각으로 농사짓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한 작물을 수확하고 있습니다.
털면서 아버지가 몇번이고 말씀하시는 내용이 들깨는 참 쉬운 작물이라고 말하시네요. 특별히 약도 안쳐도 되는 작물이고 최고의 장점이 농촌의 최대의 적의 양대 산맥 중 고라니와 두더지 중에서 고라니가 건드리지 않는 작물이라 더 좋다고 합니다. 들깨 향 때문인지 고라니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고라니가 엄청납니다. 그래서 쉬운 작물이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들깨의 효능
들깨는 가루를 내서 먹기도 하고 기름을 짜서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들깨를 털고 난 뒤 꽃을 튀켜서 먹기도 하는데 이게 또 은근 매력적입니다. 들깨를 수확하는 것은 깻잎을 먹지 않습니다. 먹어도 되는데 억세서 안 먹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깻잎은 그냥 따로 길러서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깻잎이 해외에서는 고수보다 향이 강한 음식으로 불호인 경우가 많다고 하니 한국사람으로 이해되지 않는 신기한 부분이네요. 머 고수 생각하면 약간은 이해가 됩니다.
들깨를 자주 보는 것이 들깨가루로 각종 탕에 넣어 먹습니다. 저도 순댓국에 엄청 타서 먹는데 그 향이 좋더라고요. 들깨는 항산화 작용이 강한 폴리페놀과 피토스테롤등의 성분이 풍부하여 세포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을 강화해 줍니다. 또한 비타민 B, E 걀슘, 인 마그네슘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항염작용으로 염증을 억제하여 눈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예전에 집에서 사용하던 방법인데 피부에도 바르기도 합니다. 튼살에도 바르고 아토피, 주부습진 같은 피부 트러블에도 사용한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들기름에 오메가 3가 함유되어 있는데 신생아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임산부와 출산산모에게 들기름이 좋다고 예전부터 내려왔습니다. 오늘 수확한 들깨로 기름 짜서 출산 한 달째인 와이프에게도 갈듯합니다. 아마도 이번 들깨는 둘째와 와이프를 위해 심으신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마무리
위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도지 비용도 내지 않고 농사만 지어 준다면 무상으로 빌려주는 땅도 제법 있습니다. 땅에 아무것도 경작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과나무라도 심어두고 과수원 한다고 신고를 해야 벌금을 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 앞에 땅도 보면 옥수수 심어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방치하고 수확할 때도 지켜보면 지인들 불러다가 알아서 따가고 싶은 만큼 따가는 식으로 하고 남는 것은 그냥 버리는 경우도 봤습니다. 워낙 투자대비 수익이 적다 보니 농사를 안 짓고 싶어도 벌금을 피하기 위해 짓다 보니 따로 직장을 다니면서 땅에는 벼를 심어 두고 추수만 하는 곳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물론 모내기나 추수 탈곡까지 전부 인력 써서 사용합니다. 그 정도로 농촌에는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네요. 이번 들깨 밭도 옆집 어르신 땅에 심었습니다. 건강하신 부모님 덕분에 많은 작물을 심을 수 있는 것인데 주변에 이렇게 농사 지을 인력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심각성을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작물하나 수확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들기름에 계란 프라이 부쳐 먹어야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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