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점점 더워집니다. 한낮의 더위가 30도를 넘어서서 초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네요. 그런데 또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적도 있어서 긴팔을 다 정리하기는 애매하고 아무튼 날씨가 변덕이 심합니다. 이럴 때 감기 조심해야겠네요. 딱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제철 음식이 있어서 소개해 보려 합니다. 바로 쑥떡인데 저희 집에 유별난 쑥떡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쑥떡 원정대
저희 집은 매년 4-5월에만 먹는 쑥으로 쑥떡을 만들어 먹습니다. 머 별거 있겠냐 생각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직접 만들어 보며 이런 수고와 노력이 들어가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매년 보내주는 떡을 냉동실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 먹으면서도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할것 같네요.
쑥떡을 하면서 충북 집근처 방앗간이 아니고 어머니 고향집 경북 구미에 가서 떡을 해오십니다. 매년 떡을 하러 시골 가는 어머니를 보면서 유난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런 핑계로 친정집에 다녀오시느라 생각하며 별생각이 없었네요.
올해 초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수술받으시고 우울해하시길래 마침 떡하러 고향 가신다길래 제가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그전부터 몇날며칠을 쑥을 캐면서 모으고 또 모으셨고 그걸 아궁이에 불은 떼 가며 삶고 짜서 냉장고에 보관하셨습니다. 도대체 떡을 얼마나 하길래 아픈 분이 매일 쑥을 캐냐고 타박을 드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하시더라고요.
들판에 약을 치면 쑥을 못 뜯으니 지금 열심히 캐야 된다고 하시며 진짜 하루도 안 빼고 쑥을 캐러 이산 저산 다니며 뜯으셨습니다.
본인은 그게 운동이고 즐겁다고 하시는데 더 이상 말리지도 못했네요.
그렇게 근 한 달을 모은 쑥을 가지고 친정이 있는 구미로 출발했습니다.
아버지는 고속도로를 싫어하셔서 국도로 가시는데 집에서 2시간 정도 걸립니다. 저는 요령 것(?) 달려가니 1시간 30분 남짓 걸리네요. 어머니도 그렇게 다니시는데 방앗간 이름도 몰라서 근처에 있는 '옥산초등학교'를 검색하고 갔습니다.
근처에 더듬더듬 찾아서 도착을 했습니다.
진짜 얼마나 자주 왔는지 방앗간 아재가 아는 척을 해줍니다. 동생 왔냐고..
저희 어머니가 70이 넘으셨는데 그분은 연세가 더 드셨는데도 아직 방앗간에서 일을 하시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방앗간이 장사가 잘됩니다. 사장님 아내분은 얼마나 힘들일을 오래 하셨는지 허리가 구부정하신데도 아직도 일을 하시더군요.
저희는 찹쌀로 쑥떡을 만듭니다. 방앗간에서 말하기를 시골에서는 절편으로 많이들 만들고 도시사람들은 인절미로 많이 만든다고 하시네요. 저희는 예전부터 인절미로 만들어 먹었는데 역시나 도시(?) 사람이라 그런가 싶었습니다.
역시나 장사가 잘되는 방앗간 답네요. 저희가 10시 30분쯤 도착했는데 벌써 고무다라로 줄이 서 있습니다. 떡을 하러 기다리는 분들도 서넛 보이시네요. 작은 시골동네 방앗간이 잘되면 얼마나 잘되나 싶었는데 줄 서있는 거 말고도 서울이며 대구 부산 등등 에서 택배로 주문하는 게 더 많다고 힘들다고 하십니다.
결국 저희도 줄 세우고 어머니 친정에 가서 점심 먹고 나왔네요. 2시간 뒤에 왔는데도 여전히 순번이 오지 않았고 1시간을 더 기다려서 저희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전에도 엄마한테 맡겨놓고 다되면 찾으러 가면 되지 않냐고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떡 나오는걸 직접 봐야 된다고 마음이 놓이신다고 하시네요.
결국 떡이 나오는 순간을 처음부터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먼저 불린 찹쌀을 기계에 넣고 하얗게 빻아줍니다. 그리고 그걸 찜기에 넣고 찐 다음 삶아서 물기는 제거한 쑥을 넣고 다시 한번 쪄서 이상한 기계에 넣고 섞어 주니 인절미 덩어리가 되어 나옵니다.
(절편의 경우는 그걸 다시 한번 기계로 내리면서 모양을 잡아 쭉 뽑아 주네요.)
나온 떡을 판에 놓고 참기름을 발라 먹기 좋게 나눠 비닐에 포장을 해줍니다. 그리고는 박스에 담아서 갖고 왔네요.
사진에서 표현이 되나요? 쑥색 그 자체입니다. 시중에서 파는 쑥떡은 저색상 안 나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네요. 방앗간 도착부터 4시간이 걸렸는데 시작부터 떡이 나오는 순간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예상보다 방앗간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서 바로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오는 길에 어머니한테 이제 마음 편안하냐고 물었더니 굳이 먼 이곳까지 와서 떡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얘기를 듣기 전에는 다른 이유를 상상했었는데 전혀 다른 이유가 있었더군요.
집 근처에도 방앗간은 많이 있지만 쑥을 이렇게 넣고 해주는 곳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쑥을 많이 넣으면 방앗간에서도 힘들고 기계에도 무리가 많이 가서 방앗간에서는 쑥 최대 함유량이 쌀과 1:1을 넘기지 않는다고 하네요. 저희는 어림잡아도 쑥이 2배는 더 들어간 듯합니다.
그제야 어머니가 왜 먼 곳까지 와서 떡을 하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저도 명함을 받아 왔네요. 언젠가 어머니가 안 계셔도 매년 먹던 쑥떡이 생각나면 이곳을 오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쑥떡이 어머니의 정성이라는 생각에 그동안 고생하시던 모습이 겹치며 뭉클하네요.
집에 와서 아들놈들 떡 먹을 때 장난치고 던질 때 한소리 했습니다. 이게 그런 대접을 받을 음식이 아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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