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늘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기분이 좋으면서 너무 빨리 지나가는 가을이 아쉽기만 하네요. 10월에 쉬는 날이 유독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좋은 날을 즐기기 위해 매일 나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아빠 노릇하고 있는 것 같아서 몸은 피곤하지만 행복합니다.
가을이 날씨만 좋은게 아닙니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 여러 곡식들이 결과를 내놓는 시기입니다.
작년보다 열심은 덜해졌지만 그래도 매 주말 내려가서 살펴보고 물 주고 잡초 제거 하고 그래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2023년보다는 결과물이 좋습니다. 작년에는 비가 많이 와서 농작물에 피해가 컸습니다. 과일들 대부분이 무르고 병충해가 심했습니다. 아무래도 비가 많이 오면 약을 칠수가 없어 병충해에 피해가 많은듯합니다.
올해는 날이 많이 더웠지만 그만큼 과일에게는 도움이 된듯합니다. 당도도 훨씬 올라온듯하네요.
사과
사과는 작년에 비해 과실의 크기도 크고 당도도 좋습니다. 물론 저희는 판매용이 아니라서 약을 최소한으로 치고있어 병충해에 약하기는 합니다. 식구들 먹을 것은 충분해서 계속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니사과의 경우 작년에는 거의 버렸는데 올해는 수확량이 좋습니다. 큰 사과도 잘되어 맛도 좋고 크기도 좋습니다. 올해 사과는 가격이 착할 듯합니다.
저희 집 사과는 보호용 싸는 봉지를 늦께 벗겨서 색깔이 덜 들었네요. 흡사 복숭아 색상처럼 분홍빛이 돕니다.
일단 미니사과가 많아서 나무에 달아 두었는데 점차 붉게 변하고는 있네요. 분홍빛 사과도 맛은 똑같은데 도시촌놈들 보여주면 신기해합니다. ㅎ
고구마
가을, 겨울 긴밤 간식으로 출출한 배를 채워주는 간식입니다. 고구마는 감자에 비해 저장도 용이합니다. 그냥 선선한 그늘에 보관하면 내년 3월까지도 실온보관해도 괜찮더라고요.
고구마는 수확할때 조심해야 됩니다. 아무래도 땅에 박혀 있다 보니 긴 갈고리 같은 것으로 땅을 뒤집어 주면서 캐는데 고구마가 부러지거나 찍히면 금방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조심조심 캐줍니다.
시골집에 아궁이에 구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밤과 같이 구워서 일주일치 들고 와서 먹는데 식어도 맛납니다. 저희 식구들은 쪄먹는 것보다 무조건 구워 먹습니다. 김치 없어도 그냥 넘어가는 꿀 고구마가 올해도 풍작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저 많은 고구마 줄기 (순)을 전부 걷어서 버립니다. 시장에 가면 한단에 3-5천 원 정도 팔던데 여긴 그냥 버립니다. 임시완 배우가 주연한 '소년시대'에 보면 깻잎을 파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 대사가 '깻잎을 돈 주고 사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 동네에서도 고구마 순은 그런 취급입니다. 반찬 하면 맛있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땅콩
땅콩도 특별한 관리없이 잘 자라 줍니다. 이번에는 조금 덜 달린 듯한데 그래도 괜찮습니다. 왜냐면 콩 좋아하는 손자를 위해 많이 심었거든요. 그냥 뽑아서 흙 털어주면 끝입니다. 처음에는 한 알 한 알 정리하느라 힘들었는데 큰 소쿠리 대고 냅다 털어주면 잘 떨어집니다.
밤
저희집 밤나무가 왕 밤나무입니다. 시중에서 보는 여느 밤과 다르게 크기가 큽니다. 4살 아들 주먹만 하니 실하지요. 밤이 까는 게 귀찮은데 그나마 크니 먹을만합니다. 이것도 구워 먹는데 잘 구우면 쉽게 까집니다. 맛도 그냥 굽기만 했는데 시중에 파는 맛밤처럼 달달합니다. 몰랐던 사실인데 아버지가 밤농사(?)를 지을 생각에 50그루를 심었다고 하시네요. 물론 중간에 땅이 면체육관 부지로 팔리는 바람에 몇 그루만 옮겨 심어서 꿈은 이루지 못하셨지만요.
그래서 밤나무를 볼때마다 아쉽기는 합니다. 이 정도 크기에 이맛이면 비싸게 팔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다른 곳의 밤송이 안에는 밤이 3알씩 들어 가 있는데 저희 집 밤은 밤알의 크기가 크다 보니 한알에서 두 알 들어가 있습니다.
웬만한 농작물을 크기에 따라 가격이 치솟는 거 아시죠? 크기가 두 배 차이 나면 가격을 3-4배 차이 납니다.
열무
저희집은 11월 둘째 주에 김장을 합니다. 무려 100 포기. 저희 6 식구 먹는데 기본 100 포기 합니다. 매년 하던 일이라 힘들기는 해도 1년 내 기본 반찬이 되어 주니 안 할 수가 없지요. 아직도 김장김치가 남아 있지만 지금 정도는 맛있는 묵은지라서 중간중간 김치를 담그는데 열무가 대표적입니다. 글을 적는 지금은 벌써 담가놓은 열무김치를 먹고 있는데 초반 새순 올라올 때 여린 열무로 담근 김치가 새콤하니 밥맛을 올려줍니다. 비빔밥에도 잘 쓰고 간단히 국수 말아먹을 때도 쓰니 쓰임새가 쏠쏠합니다.
마무리
오늘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데 이 비가 지나면 또 한번 추워진다고 합니다. 단풍도 아직인데 벌써 추워져서 겨울 준비를 해야 될 시기가 되었네요. 이번 연도에는 식집사로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매주 시골집에 들러 관심 주고 지켜보는 정도의 소극적 관찰자 모드였던 거 같습니다.
농사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결과물을 볼때의 뿌듯함은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는 기쁨일 테지요.
땅이여 고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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