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무더위기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입니다. 어떤 곳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뭐든 과하면 안 됩니다. 식물들도 예외는 없습니다. 해가 너무 강하다 보니 타는 경우가 생기네요. 큰 피해는 없지만 약간씩은 피해를 입고 있어서 주의를 갖고 살펴보는 중입니다.
지난번 작성 했던 글에 파프리카가 병들어 전부 버려졌던 안타까운 얘기를 썻는데 드디어 위쪽으로 새 파프리카가 달렸습니다. 원래 고추과 식물들은 첫 번째 순에서 나는 열매는 제거해줘야 하는데 초보 식집사이다 보니 제거하지 않아서 사달을 냈습니다. 결국 제거했고 위쪽으로 다시 새 파프리카들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에서처럼 작지만 튼실한 파프리카가 몇개 달렸습니다. 총 4그루 중 사진에는 두 개만 보이는데 옆의 두 그루에도 몇 개 달렸습니다. 저는 오로지 먹을 수 있는 식물만 키우고 묘목값이상만 된다면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식집사를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실패작이 될뻔했던 파프리카가 다시 열매를 맺어주니 더 기쁘네요. 아직 한 번도 수확하지 못했지만 희망을 갖고 계속 지켜보려 합니다.
키위는 주렁주렁 달려야 되는거 아닌가요? 저희 집은 듬성듬성 달렸습니다. 이건 제가 심지는 않았는데 재작년에 아버지가 심으셨는데 한 번도 수확하신 적이 없는 키위입니다. 제가 식집사를 하기로 하고 왜 안 달리는지 찾아보니 키위는 자체 수정이 안된답니다.(자체수정 가능한 종자도 있다고 합니다.) 수꽃의 꽃가루를 채취하여 암꽃에 묻혀 줘야 수정이 된답니다. 꿀벌이 키위는 수정을 안 시키나 봅니다. 유튜브에서 본 제대로 하는 방법은 복잡한데 저희는 건조기도 없고 해서 야매로 하는 법으로 수정을 해봤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분무기에 수꽃을 따서 물과 함께 넣고 암꽃에 뿌려줬습니다. 결과는 보시는 데로 듬성듬성 달렸습니다. 매번 꽃도 많이 열리고 달리기도 하지만 금방 낙과되어 버리는데 이번에는 제법 모양을 갖추고 자라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맛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참깨는 지난 5월쯤 씨앗으로 묘목포트에 발아시켜 심었던건데 어제 수확했습니다. 일단 말려서 털어야겠지요 덕분에 저희 집은 이놈들로 참기름 짜서 먹겠네요. 참깨도 물 한두 번 주고 제초제 한번 뿌려준 뒤 방치하여 수확했습니다. 참고로 한 달 정도 늦게 심은 들깨는 참깨밭 바로 옆에 심어 두었는데 고라니가 건들지 않는 작물로 거의 방치하고 있습니다. 고라니는 달리는 자동차에도 문제지만 농사짓는 데는 큰 골칫거리입니다.
호박도 전부 수확했습니다. 파프리카와 케일 위쪽으로 덩쿨을 크게 만들어 해를 가려 몇 개는 이른 감이 있지만 전부 걷어 냈습니다. 호박 일부는 해가 강해서 인지 살짝 녹았다고 해야 될까요? 갈라지고 하얗게 변했네요. 먹는 데는 문제없습니다. 저장해 두고 호박죽이랑 단호박 튀김 먹어야겠네요.
매번 글을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예전에는 일해서 번돈으로 사 먹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들이는 시간과 노동을 볼 때 비 합리적인데 왜 고생하는지 이해 못 했습니다. 올 한 해 시골에서 살게 되어 경험을 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즐기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직접 길러 먹을 때 느끼는 감정은 돈 주고 사 먹을 때는 느끼지 못하는 희열이 있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글을 읽는 이웃님들도 텃밭 한번 가꿔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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