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로 살아보며 지내다 보니 여름에는 한동안 휴지기에 들어갑니다. 기존에 심어서 익어가는 작물을 외에 새로 심는 것은 기온이 높아서 인지 잠시 쉬고 있습니다. 조만간 다시 시작하기 전에 거름을 뿌리고 땅을 고르는 작업만 해두고 있습니다. 1-2주 뒤부터 배추 무를 시작으로 새로운 작물을 심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생일을 맞았습니다. 조촐하게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데 아버지께서 꽃다발을 만들어 주셨네요. 무뚝뚝한 아버지신데 손자를 보고 난 뒤 많이 변하셨습니다. 집에서 직접 키우신 꽃들을 꺾어서 만든 꽃다발로 투박하지만 그 마음이 느껴지는 꽃다발이었습니다. 키우는 모든 꽃을 조합해서 만든 꽃다발입니다. 화분도 없어서 분무기 통에 꽂아 두었네요. 가족끼리 선물하는 거 아니지만 왠지 큰 선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식집사를 자청하면서 기르는 작물에는 한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무조건 먹을 수 있는(수익이 되는) 작물만 심는다'입니다. 지금까지 키운 것들이 수박, 토마토, 케일, 파프리카, 참외, 파프리카입니다. 물론 그냥 식물도 스위트바질과 애플민트처럼 식용이 가능한 식물만 재배했습니다. 그런 마음이다 보니 주변의 꽃들이 어떤 게 심어져 있는지 또 활짝 펴서 자태를 뽐내고 있어도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꽃다발을 받고 보니 우리 집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꽃이 있었나 싶네요. 그래서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여러 종류의 꽃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꽃들의 이름조차 모르는 꼿들이었습니다.
왼쪽에 있는 꽃은 만수국이라고 국화과 꽃입니다. 메리골드라고 불리기도 하는듯한데 같은 종인 지는 모르겠네요. 메리골드라면 차로도 마신답니다. 그러면 제가 키우는 작물로도 합격이네요. 메리골드 차는 노화방지, 감기예방 좋고 시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니 키워 봄직하네요. 오른쪽은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도라지 꽃입니다. 뿌리에 도라지 달려있는 그거 맞습니다. 그냥 꽃이 이뻐서 찍었는데 찾아보니 도라지였네요. 길 가다가 알아봐도 몰랐을 듯합니다. 그래서 일반인들 눈에는 산에서 산삼을 발견해도 못 알아보는 것이겠지요. 참고로 저희 집 인삼밭도 하고 있기에 저는 산에서 산삼을 발견하면 알아볼 수 있습니다. ㅋㅋ
아마도 생김새 때문에 꽃범의 꼬리 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더운 여름을 나는 꽃으로 다년생이라고 합니다. 흰색과 홍색, 그리고 우리 집에 피어있는 보라색 꽃이 핀다고 하네요. 오른쪽 꽃은 다들 아시는 장미입니다. 여름이라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향이 진하게 퍼지네요. 오랜만에 장미 향을 맡아보는 것 같습니다.
위 꽃들은 플록스 라는 꽃입니다. 무지한 저는 처음에 무궁화인줄 알았습니다. 비슷하지 않나요? ㅎ 작은 꽃이 뭉쳐서 피어나네요. 수국과도 비슷하게 피어 동글동글 피어나네요.
관심 없던 꽃들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연애할 때도 꽃을 선물할 때면 마음속으로는 아깝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 바로 접니다. 잠깐의 즐거움에 꽃을 산다는 것이 저한테는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물론 꽃은 다른 선물과 같이 줄 때 더 효과적인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직접적인 도움보다 슬쩍 스며들어오는 꽃의 향기와 눈으로 즐기며 마음에 남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는 거 같습니다.
그래도 저에게 아직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작물을 심으렵니다. 다음편에는 아마도 새로운 작물을 심는 것이나 가을에 수확하는 사과나 키위로부터 시작하게 될 듯합니다. 텃밭에서 자라는 투박하지만 나름의 아름다움을 지닌 꽃 보면서 오늘도 향기로운 하루 되길 바라며 글 마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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