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로 살아보기로 글을 쓴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여름이 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가졌는데 더운 여름에는 특별히 작물을 심고 관리하는 품목이 적어서 더 이상 새로운 얘깃거리가 없었습니다. 물론 다년생 식물들은 자라고 있으나 특별한 소식이 없거나 수확을 마치고 나면 잠시 쉬는 시간이라 슬기로운 농촌생활 관련 글을 잠시 쉬었네요. 처서가 지나면서 다시 시작합니다.
쉬는 동안 밭을 갈고 퇴비를 뿌려 뒀습니다. 가을작물을 준비하는 기간이 되었네요. 텃밭이라 트랙터는 이용하지 않고 아버지랑 둘이서 작업했습니다.(조합원은 밭 고를때 트랙터 지원된답니다.) 그 중 두 골에는 열무와 무를 심어 줬습니다. 열무와 무는 씨앗으로 바로 심었습니다. 씨앗을 심고 뜨거운 해에 마르지 않게 그늘막을 쳐주고 물을 뿌려 주었네요. 김장용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역시 김장에는 메인 재료인 배추를 심어 줘야겠지요. 위에 사진처럼 갈고 퇴비를 뿌려 골라주고 비닐로 덮어 배추 심으려고 준비했습니다. 오늘이나 내일 저녁 심으려고 미리 준비했습니다. 배추는 총 150 포기 모종 사다 뒀습니다. 저희 집과 장모님 댁 그리고 처형네 것까지 준비합니다. 저희는 양가와 처형네 집까지 총 4집 분량으로 100 포기 정도 김장합니다. 아버지가 귀농하신 뒤로 대부분의 김장재료를 직접 길러 사용합니다. 제 각각의 크기의 배추지만 그 또한 매력이라 생각되고 내가 길러 어떤 약을 사용하였는지 알고 있어 믿고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네요. 대부분의 작물은 유기농을 고수하지만 진딧물이나 병충해에 약한 작물의 경우 최소한의 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에 두 가지는 이미 심어 놓은 작물인데 두 작물 모두 사랑으로 심어진 것들입니다. 유별나게도 콩을 좋아하는 24개월 아들을 위해 할아버지가 심어주신 콩입니다. 오직 손자를 위해 할머니가 지어주는 밥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 콩반 쌀반입니다. 죄수도 아니고 매일 콩밥입니다. 저는 콩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서열에서 아들에게 밀리다 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유독 손주를 사랑하는 저희 부모님이 진짜 시기별로 심을 수 있는 콩은 전부 심는 것 같습니다. 완두콩과 강낭콩은 지나갔고 이번에도 흰콩이 텃밭 한 곳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들깨 밭입니다. 이곳은 다음 달 출산을 앞둔 며느리를 위한 작물이죠. 출산하고 들기름이 몸에 좋다면서 올해 유독 많이 심었습니다. 저곳 수확해서 전부 들기름 짜서 며느리 먹인다네요. 결혼을 늦게 하다 보니 유독 부모님이 사랑하는 듯합니다. 근데 정작 아들인 저를 위한 작물은 없네요. 슬프면서도 흐뭇한 상황입니다. 물론 저는 육류를 좋아해서 상추나 깻잎이면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느꼈는데 새로 심는 작물이 전부 손주와 며느리를 위한 작물이 우선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네요. 블루베리나 미니사과, 체리나 감나무 그리고 오늘 거론한 콩이나 들깨 등 대부분이 결혼하고 나서 새로 심은 작물들입니다. 물론 집에서 기르고 먹을 수 있는 작물을 심는 것인데 손주와 며느리가 좋다고 하면 그 작물을 심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넘쳐 납니다. 저보다 더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메인은 부모님이 하시지만 경험으로 키우시다 보니 약간의 문제가 생길 경우 제가 유튜브나 블로그를 참조한 이론적인 지식으로 메꾸는 식으로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일단 1년살이 개념으로 온 것인데 작물을 대하는 저의 태도에서 일단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얻어지는 수확량이 고생에 비하여 적다고 생각하여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금액적인 부분 외에 얻는 가치가 그 이상이었음을 식집사로 살아가며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식집사의 순기능에 대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작은 공간만 있으면 시작해 보라고 합니다. 특히 아이 있는 집에서는 그 효과가 배가 되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슬기로운 농촌생활에 문제없음을 보고 하며 글을 마칩니다. 식집사님들 수고 많으십니다. 그리고 우리 농산물 많이 이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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