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농촌생활 관련 글을 쓰면서 많은 작물들에 대하여 글을 써봤습니다. 물론 잠시 휴지기를 지나서 얼마 전 가을에 접어들어 배추와 무, 열무를 심었습니다. 인삼보다 좋다는 가을무는 김장용 외에도 두고두고 먹으려고 많이 심었네요. 가을무는 인삼보다 효능이 좋다고 하는데 저희 집 메인 농사가 인삼인데 이런 말 하면 안 되는 거겠죠? 거기에 인삼이 요새 가격 폭락이라 시름이 한가득입니다.
평생 흙은 만지지도 않고 살던 제가 뜻하지 않던 시골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20살에 독립해서 20여 년을 혼자 살다가 결혼해서 아들도 낳고 행복하게 사는데 뜻하지 않게 나쁜 남편이 되었네요. 청약에 올인하다 보니 전셋집에 살게 되었고, 다행히 분양에 성공하였는데 문제가 생긴 겁니다. 입주는 2024년 3월인데 전세 만료기간은 2023년 4월이라 1년 가까이 공백이 생겼습니다. 물론 전세 연장을 하든 단기 전세, 또는 월세를 구해서 있으면 되지만 직장도 그렇고 더 중요한 것은 중도금 이자가 6.2%에 달하여 월에 70만 원 이상 지출이 되어 월세까지 합치면 너무나 부담되기에 1년만 부모님 집에 얹혀살기로 하고 합가를 하였습니다. 위에 나쁜 남편이라고 한 것은 둘째를 임신한 와이프를 1년이나 시댁에 합가를 시킨 못난 남편이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부모님 댁은 원래 땅에 작은 집을 짓고 사시다가 제가 결혼하면서 명절에 집에 와도 변변히 잘 곳이 없어서 당일치기로 올라가고 하니 작년에 새롭게 집을 지으셨습니다. 그 이후도 새집은 비워두시고 아궁이 불 때는 작은 방에서 생활하시며 새집은 거의 비워두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살림은 전부 넣을 수 있었고 합가를 하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농촌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단독주택에서 살아보는 것은 인생 처음입니다. 와이프도 계속 아파트 생활만 해봐서 단독주택은 처음 살아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시댁에서. 5개월 남짓 살면서 느낀 단독주택의 주관적인 장, 단점을 한번 써보려 합니다.
단독주택의 장점
몇 시에 집에 와도 아무 데나 주차해도 됩니다. 주차딱지 걱정 없고 집 주변 아무 곳이나 마음껏 주차해도 됩니다. 모든 곳이 제 주차장입니다. (저희 집이 외딴곳이라 통행에 방해 안되면 상관없고 저희 땅을 주차장용으로 넓게 빼뒀습니다.)
그리고 아파트에서는 아이 있으니 항상 뛰지 말라고 해야 되는데 그런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갓 두 돌 지난 첫째는 항상 뛰어다닙니다. 밥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항상 밖에서 뛰어다닙니다. 특히 맨발로 많이 다닙니다. 덕분에 아버지가 걸리적거리는 것들 다 치우시느라 고생 좀 하셨습니다. 아파트 1층에서 뛰어도 2층 3층까지 울려서 뛰는 거 자제시켜야 하는데 저희는 다치지만 않는다면 그냥 방생해 둡니다. 덕분에 아들은 건강한듯한데 대신 엄청 탔습니다. 또한 마당에 넓게 수영장 펼쳐서 원 없이 수영합니다. 곧 태어나는 둘째를 생각해서도 단독주택에서 사는 것을 심히 고려하게 됩니다.
또 캠핑 갈 필요가 없습니다. 집마당 어디든 텐트만 펼치면 되고, 숯불에 고기 구워 먹는 게 너무 빈번해서 오히려 펜에 구워 먹는 게 그리워 가끔 구워 먹습니다. 불멍은 아궁이 불 지필 때 아무 때나 할 수 있고 강아지들도 원 없이 뛰어다닙니다. 저희 푸들 밖에서 잡니다. 남들이 머라 할 수도 있는데 밖에서 그냥 원 없이 돌아다니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단독주택에서는 하고 싶은 거 다해볼 수 있습니다. 해먹도 설치하고 테이블 만들어서 여유롭게 차 마실 수 있고 저녁에는 앞에 흐르는 냇가 물소리 들으면서 별도 보고 그냥 남들 캠핑 시간 내서 가는 거 저희는 매일 할 수 있습니다.
단독주택의 단점
딱 한 달간 듯합니다. 장점에 가려졌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아들의 행복지수는 똑같습니다. 둘째를 위해서 단독주택을 고민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단 조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외딴곳은 안됩니다. 차로 10분 거리 안에 모든 것이 있어야 됩니다. 소아과, 대형마트, 학교, 각종 프랜차이즈, 그리고 중요한 쿠팡 새벽배송 가능지역! 일단 제가 있는 충북은 쿠팡 일반 택배로 배송받습니다. (경기도 일부지역도 안 되는 것으로 압니다.) 이 부분은 와이프만 불만이니 넘어갑니다. 다음으로 난방비가 많이 듭니다. 저희 집 새로 지으면서 난방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저희 집 판넬로 지었지만 기본 벽사이즈가 70cm입니다. 판넬 두 장 두고 안에 스티로폼 40cm 넣고 단열재 추가했습니다. 집도 남향으로 지어서 해 뜨는 순간부터 지는 순간까지 해 잘 들어옵니다. 그래도 춥습니다. 도시가스 보급 안돼서 그냥 가스보일러 씁니다. 겨울 난방비 장난 아닙니다. 추위 많이 타는 와이프와 어린 아들 있어서 열심히 난방하다 보니 가스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다행히 전기세는 태양열 설치해서 그나마 괜찮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기보일러 설치 하는 건데 아쉽네요.
다른 단점은 벌레가 많습니다. 집에 등 켜두면 벌레가 어디서 들어오는지 다 막았는데도 벌레가 많이 들어옵니다. 실수로 문 살짝이라도 열리면 그날 등 주변에서 몇백 마리의 날벌레를 볼 수 있습니다. 파리만 봐도 소리치는 와이프는 진짜 곤욕입니다. 거기에 돈벌레는 어디서 기어 들어오는지 자주 보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단점 한 가지. 풀이 미친 듯이 자랍니다.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 마당 정리하는 거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며칠 지나고 보면 풀이 미친 듯이 자라 있습니다. 진짜 식물들 물만 주면 잘 자라서 신기하다고 했는데 잡풀도 그렇게 자랍니다. 듣도 보도 못한 이름 모를 풀들이 정말 미친 듯이 자랍니다. 답이 없습니다. 그냥 시멘트로 깔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단독주택에 잔디 깔린 집 보며 거기서 차 한잔 마시는 여유로운 생각 하신다면 다시 생각해야 됩니다. 그냥 주말은 무조건 풀 깎아야 됩니다.
1년 살이 예상하고 내려와서 절반 지난듯합니다. 내년 3월 말쯤 다시 이사 가니 4계절은 다 보내고 가겠네요. 첫째가 이렇게 좋아하고 행복해했는데 18층으로 이사가게 되면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층간소음 방지매트 전체 시공하겠지만 그래도 안된다는 분들이 많아서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입니다. 거기에 이번달 둘째 아들도 태어나면 더 난감하네요.
주말저녁에 다들 자는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냥 적어 보게 되네요.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일찍 잡니다. 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예전의 출산율이 더 높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단독주택 본인과 잘 맞는지 많이 생각해 보고 결정하셔야 됩니다. 저는 그럭저럭 만족하는데 와이프는 싫어하는 눈치입니다. 저희 집 서열 1위가 와이프라 아마도 당분간은 아파트에서 살게 될 듯싶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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