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슬기로운 농촌생활

식집사로 살아보기 시즌 2-3

by 제로v 2023. 9. 22.
반응형

식집사로 살아보기 글을 작성하면서 최장시간 식집사를 내려놓고 잠시 다녀왔습니다. 둘째를 출산하러 가면서 수술을 하게 되면서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 계기로 잠시 식집사를 소홀이 하게 되었네요. 퇴원을 하고 어제 집으로 돌아오니 식물들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주말농장을 하는 분들은 대부분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처럼 비바람 지나가면 식물들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상하기도 하겠네요.

 

비바람에 넘어간 가지

애증의 파프리카

글 계속 보신분들은 저에게 있어 파프리카가 어떤 의미인지 아실 겁니다. 유일하게 본전을 확보하지 못한 식물, 애증의 작물입니다. 며칠 전 비바람이 불 때 넘어간듯한데 돌아와서 보니 실하게 열려있던 줄리하나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줄기 아래 부분을 보니 파프리카 무게에 바람을 못 이겨 부러진 듯합니다. 줄을 묶어서 하우스 철망에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미쳐 이 줄기는 신경 쓰지 못했나 봅니다. 집에 있었다면 비바람 불 때 살펴봤을 건데 그날은 저에게 신생아가 더 소중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삼아 봅니다. 사진에 보이다시피 탱탱하고 잘 익어가고 있었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다른 줄기에 20개 넘게 달려있고 색깔 변하는 것도 한두 개 보이는 것이 조만간 수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위안이 되네요. 당분간 일기예보상 비예보는 없지만 믿지 못할 것이 기상청이기에 부실해 보이는 줄기에 줄을 달아 다시 부러지는 일 없도록 처리해줬습니다. 아깝지만 떨어진 줄기는 닭의 먹기로 던져졌습니다. 

거대한 바질

안 믿기겠지만 스위트 바질입니다.

 

정말 바질 지옥이라고 설명 했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특별할 관리가 없어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베란다에서 키울 때는 뜯어서 먹을 것도 모자라서 결국 마지막 잎까지 따서 먹어버리고 버리곤 했습니다. 물론 텃밭에서는 3개의 모종을 키우기는 하지만 정말 원 없이 먹어도 원 없이 자랍니다. 닭먹이로 주는 경우가 더 많은듯합니다. 일주일간 집을 비우고 돌아왔더니 거대하게 자라있습니다. 그나마 이제 것 관리하면서 중간중간 뜯어서 빵 위에 올려 먹기도 하고 바질 페스토도 만들어서 먹다 보니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잎사귀입니다. 보통 집에서 자라는 바질은 손톱만 하게 자라면 피자 위에나 파스타 위에 올려서 먹는데 진짜 며칠 두었다고 사진처럼 깻잎 사이즈 만해 집니다. 제가 손이 작은 편이 아닌데 구경해 보시라고 비교사진 찍어봤습니다. 향은 작은 것이랑 같은데 먹는 것은 왠지 꺼려지더군요. 아무래도 닭모이로 줄 듯합니다. 해와 비만 적절히 내려주면 알아서 잘 자라는 바질입니다. 바질 잘 키운다고 생색내는 식집사님은 없으시겠지요?

케일

케일도 사진을 남기지 못했는데 어마어마 하게 자랐습니다. 너무 많은 잎이 달려서 인지 힘없이 축 쳐져 있네요. 중간중간 솎아줘서 잎을 잘라줘야 잘 자라는데 한 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영양분의 양이 정해져 있기에 잎이 너무 많으면 영양분이 모자라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잎마다 영양분이 모자란 상태라서 조금씩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어떤 식물이든 오바해서 많은 것은 적은 것만 못하다는 것을 깨우쳐 줍니다. 결국 모두 닭먹이로 보내줬습니다. 

 

식물은 정직합니다. 내가 관심갖고 살펴보는 만큼 보답을 합니다. 이유가 어떻게 되든지 소홀히 관리하면 분명한 티가 납니다. 지금까지 초보 식집사였지만 큰 실패를 하지 않은 이유가 매일 관심을 갖고 한 번씩이라도 둘러보는 모습을 보였기에 식물들도 알아서 잘 자라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식물을 보면서 내가 먼저 배신하지 않으면 식물은 먼저 배신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진리를 배우게 됩니다. 

 

끝!

 

P.S 다음 식집사는 가을 맞이로 갈듯합니다. 벌써 밤이 떨어지네요. 

 

반응형